개인전 <Nameless Protagonists; 무명의 주역들>
2023, 파사드 서호
카메라는 사람을 쫓는다. 이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다. 어느 누구라도 눈앞의 저 길을 걸어와 주길, 저 가로등 불빛 아래 멈추어 주길, 저 창문을 열고 나타나주길 기대한다. 일상적인 풍경 사이 유일한 개성이 되어 줄 존재를 기다린다. 그리고 언젠가 그 장면들이 고스란히 그들에게 가닿길 고대한다.
어느 날 카메라는 광장에 닿는다. 많은 사람들이 있다. 자전거를 탄 소년들이 저마다 자유롭게 유영한다. 그러다 어느 한 찰나에 한 폭의 회화를 만들고, 이내 흩어진다. 이 발견에서 새로운 상상이 발아한다.
광장 위의 움직임을 촘촘하게 채집한다. 일백 번의 호흡에 일천 번의 움직임이 포착되고, 그 사이에는 못해도 일만 개의 그림이 있다. 그것들 사이 단 하나의 그림을 찾아 헤맨다. 카메라만으로 한 장면에 담을 수 없었던 그것은 마침내 가상의 캔버스 위에서 발견된다. (더 사실적으로 표현하자면, 조립된다.)
이제 광장이라는 캔버스는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미색의 백사장으로, 백색의 스키 슬로프로, 녹색의 초원으로 확장된다. 거치적거릴 것 없이 펼쳐져 있는 모든 대지는 광장이 된다. 아니, 처음부터 유영하는 모든 것들의 배경이 '광장'이었던 듯하다.
계속해서, 카메라는 사람을 쫓는다.